Page 28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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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특별한 어떤 차원을 집착하거나 그것을 지향점으로 삼지 않는다

             는 뜻이다. 생각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이것을 소멸할 수는 없다. 다만
             폭포와 같이 쏟아져 내리는 생각의 물방울들을 그냥 흘러가도록 놓아

             두면 된다. 그래서 마음씀을 마니주와 같이 하라고 하는 것이다. 마니
             주는 붉은 것이 오면 그것을 반영하여 전체가 붉은색이 되고, 파란색

             이 오면 전체가 파랗게 된다. 색깔이 지나간 뒤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머물지 않는 마음이 이렇다. 모든 것과 하나로 만나 맷돌의 아

             랫돌-윗돌과 같이 서로 상응하되 그 어떤 것에도 호오의 감정과 그에
             따른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머물지 않는 일이다.

                이 중 ①의 ‘예로부터(從上以來)’와 ②의 ‘~을 우선적으로 세운다(先立)’
             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①의 ‘예로부터는’ 석가모니로부터 지금까지를 뜻

             한다. 무념, 무상, 무주는 처음부터 불교의 종취이고, 본체이며, 근본이
             었다는 뜻이다. 이 구절을 생략하면 무념, 무상, 무주의 주창자는 6조

             스님이 된다. 사실 6조스님이 밝힌 바와 같이 무념, 무상, 무주는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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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경전에서 불교의 핵심으로 강조 된 바 있다. 그러나 선종사에서 이
             3무三無의 종지는 육조선의 핵심으로 수용되어 왔다. 따라서 ①을 생략
             함으로써 그 논지를 뚜렷이 하고자 한 것이다.

                ②의 ‘~을 우선적으로 세운다(先立)’는 구절의 생략은 문장의 균형과





                 『
              146   지심범천소문경持心梵天所問經』에서는 부처는 무의無意, 무념無念을 바른 사유의
                 길이라 가르친다고 했고, 『불설혜인삼매경佛說慧印三昧經』에서는 부처는 사리불에
                 게 부처의 경계는 무념無念, 부동不動, 불요不撓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한 바 있
                 다. 『持心梵天所問經』(T15, p.7a), “何謂佛之所教所當思者, 答曰, 無意無念.” ; 『佛
                 說慧印三昧經』(T15, 0461b), “佛所至到處, 非若阿羅漢辟支佛等所可知, 獨佛自
                 知之耳, 所以者何, 無念不動不搖故.” 이 밖에 무상은 『금강경』의 사상四相 부정으
                 로 설명되며, 무주無住는 『금강경』의 ‘응무소주應無所住, 이생기심以生其心’에 대응
                 되어 설명된다.



                                                             제6장 무념정종 ·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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