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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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가 없으면 눈이나 귀, 모양이나 소리가 애초에 성립할 수 없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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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자성의 본체적 성격과 생각의 작용적 특징을 강조하는 설법이
다. 그러니까 시비분별과 그에 기초한 집착을 내려놓고 보면 모든 것이
진여자성을 증명하는 현장이 된다.
이 중 ①과 같이 ‘모든 번뇌(諸塵勞)’에서 ‘모든(諸)’을 생략하였는데 뜻
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모든 번뇌’라고 하면 번뇌의 종류를 일일이
거론해야 하는 교학적 설명이 요구된다. 성철스님은 번뇌의 뿌리가 되
는 제8아뢰야식의 3세를 타파해야 한다는 데 법문을 집중한다. 여기에
서도 이 ‘모든(諸)’을 생략함으로써 중도로서의 무념 실천이 바로 모든
번뇌의 타파를 대신하는 것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무념법문의
주제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②와 같이 ‘생각의 본체(念之體)’에 ‘무無’ 자를 추가하여 ‘무
념의 본체(無念之體)’라 하였다. 이것은 편집상의 오류일 것이다. 성철스
님의 번역문에는 “진여는 즉시 염念의 본체” 로 되어 있어 추가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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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 자가 적용되어 있지 않다. 물론 진여를 생각의 본체라 해도 되고, 무
념의 본체라 해도 모두 통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성철스님의 의도가 여
기에 있지 않으므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6-9】 若識本心하면 卽本解脫이요 若得解脫하면 卽是般若三昧
며 卽是無念이니라
『
150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53b), “眞如自性起念, 非眼耳鼻舌能念. 眞如有性,
所以起念. 眞如若無, 眼耳色聲當時卽壞.”
151 퇴옹성철(2015), p.131.
제6장 무념정종 ·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