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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핵심적인 뜻으로 한다. 청정을 본체로 하며, 지혜를 작용으로
한다.”
[해설] 『돈오입도요문론』 중의 무념에 대한 설법이다. 돈오의 길은 무
념, 즉 망념이 일어나지 않음을 종지로 삼으며, 청정함과 그것에서 일어
나는 지혜를 본체와 작용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이 망념의 제거→무념의 증득→청정무구→반야대지
의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러면서도 그것이 내용적으로 같은
차원에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표현은 달리했지만 그 내용은 같다.” 152
는 것이다.
이 중 ①과 같이 ‘망심妄心’을 ‘망념妄念’으로 대체하였다. 이 문단에
153
서 ‘심心’과 ‘염念’이 동의어로 쓰였다는 점 , 무념정종의 법문이므로 무
념과 망념의 어휘적 대비가 더 어울린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
다. 대주스님은 바로 뒷 구절에서 이 망심妄心을 사념邪念으로 바꾸어
표현하기도 한다. 사념은 시비선악을 가르는 생각을 가리킨다. 당연히
그것은 망념妄念과 동의어가 된다. 또한 바로 앞의 인용문과 해설에서
망념을 단번에 없애는 것이 무념을 증득하는 길로 설명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성철스님은 이 단어들을 하나로 묶어서 단순화하고자 한다. 망념妄
念과 망심妄心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교학적 논의에 빠지는 것은 선가
152 퇴옹성철(2015), p.134.
153 망심妄心과 망념妄念과 망상妄想을 구분하여 보는 관점도 있으나 불교사전에서는
거의 동일한 뜻으로 해석한다. 즉 망심은 허망하게 분별하는 마음(虛妄分別之心),
망념은 허망한 심념(虛妄之心念), 망상은 허망하게 분별하는 마음(虛妄分別)이라
하고 있다. 『佛光大詞典』, 北京圖書館出版社, 1988. pp.2339-234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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