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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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리고 이로 인해 문맥적 비틀림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이 문맥
적 비틀림은 정통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오히려 불교의 핵심을 향
한 새로운 초점 맞추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성철스님이 인용문에 개입
한 부분에는 문맥적 비틀림과 종지의 재확인이 함께 발견되는 것이다.
인용문이 변환된 부분을 살펴볼 이유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인용문을 살펴보자. 인용된 『능가경』의 게송은 5언의 정
형을 취하고 있는데 그중 한 구절인 아설위일승我說爲一乘에서 ①과 같
이 ‘위爲’ 자가 빠져 있다. 의도적으로 생략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1981
년 초판본을 살펴보면 ‘위爲’ 자가 발견된다. 그러니까 이것은 1993
년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새로 편집할 당시에 일어난 입력 오류가
2015년 본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교정해야 한다.
②와 같이 ‘수레라는 명칭조차 설정할 수 없다(無有乘建立)’는 구절을
번역하면서 ‘승乘이라 하는 명칭조차 건립할 수 없는 대무심지大無心地이
다’라고 하여 원문에 없는 ‘대무심지大無心地’라는 말을 넣어 설명식 번역
문을 구성하였다. 『선문정로』에는 설명이나 강조가 필요할 경우, 인용문
에 직접 조정을 가하는 외에 이와 같이 설명식 번역문을 구성하는 경우
가 종종 발견된다. 여기에서 성철스님이 말하는 대무심지는 제6식, 제
8식 차원의 무심을 넘어선 구경무심의 차원을 가리킨다. 이 대무심지
는 『백일법문』의 대무심지와 표현은 같지만 뜻은 다르다. 『백일법문』에
서 말하는 대무심지, 혹은 대무심경계는 주체 인식과 대상 인식이 사
라졌지만 미세유주가 남아 있는 제8아뢰야식 차원의 무심을 가리킨다.
물론 그에 대한 논의는 이 무분별심인 대무심지가 구경이 아니므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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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대무심지라는
9 『백일법문』(하)에 수록 정리된 선종 관련 법문은 1967년에 행해진 것으로서, 1981
제1장 견성즉불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