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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기의 수행자는 한 번 깨우쳐 일체를 모두 깨닫는다. 중하근기
의 수행자는 많이 듣기만 할 뿐 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마음
속의 때 묻은 옷을 벗을 뿐, 밖을 향해 수행 정진을 과시할 필요가
있겠는가? 173
그러니까 상근기의 수행자로서 한 번 깨우쳐 일체를 모두 깨달은 사
람이 깨달음 이후에 하는 일이 ‘마음속의 때 묻은 옷을 벗는 일’이라는
뜻이다. 대적멸의 마당에서 유희자재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 이후의
살림이라고 보는 성철스님의 입장을 드러내는 데 불편한 구절이다. 마
음속에 벗어야 할 때 묻은 옷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깨달
음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깨달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수행이 느슨해져서 기왕의 성취를 허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심경에 도달했을 때조차도 이것이 진정한 무심의 차원인지
살펴보고 그렇지 않다면 화두를 더욱 분명하게 움켜쥐는 길, 이것을 선
문의 바른길로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성철스님이 『증도가』를 그토록
중시하는 입장이었으면서도 이 구절을 생략한 이유로 보인다.
②의 ‘처處’ 자가 생략되었다. ‘~한 곳’, 혹은 ‘~에 있다’는 뜻이다. 성
철스님은 “천인만인중千人萬人中의 분잡紛雜한 곳에 있어도”와 같이 ‘처處’
를 적용하여 번역문을 구성하였다. 초판본의 교정 지시를 반영하지 않
아 2015년 본까지 이어진 오류이다. 교정되어야 한다.
③에 ‘타它’→‘타他’의 교체가 일어났다. 두 글자 모두 구어체의 3인칭
대명사로서 통용되는 관계에 있다. 인용문의 원전인 『원요심요』 내에도
구분 없이 섞어 쓰고 있다.
『
173 景德傳燈錄』(T51, p.460b), “上士一決一切了, 中下多聞多不信. 但自懷中解垢衣,
誰能向外誇精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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