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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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이러한 원오스님의 설법을 해설하면서 구경대휴헐지究竟
大休歇地라는 말을 사용한다. 원래 선사들도 대휴헐지라는 말을 구경각
과 같은 의미로 쓴 용례가 있다. 깨달음 이후 남은 티끌을 떨어내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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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掃除로써의 수행을 강조 하는 차원에서였다. 성철스님은 여기에 구
경이라는 말까지 더하여 그 완전성을 강조한다.
한편 한가하고 한가할 뿐인 도의 본체에 계합하는 일을 암두스님은
지수한한지只守閑閑地로 표현했다. 이것은 두 의미를 갖는다. 더 닦을 일
이 없어 한가한 자리에 노닐 뿐이라는 뜻이 그 하나이고, 한가할 뿐인
도의 본체에 신표처럼 맞아떨어지려면 스스로 분별의식을 내려놓는 한
가함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다른 하나이다. 성철스님은 한가하
고 한가한 자리를 지키는 일을 구경무심의 한한지閑閑地에서 노니는 일
로 보았다. 그리하여 보임이 한한지에서 노니는 일일 뿐, 분별의 관습을
떨어내려는 노력이 있다면 진정한 보임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다.
거듭 확인되는 것처럼 성철스님은 조사의 깨달음과 여래의 구경각을
동일한 것으로 본다. 그것은 조사선이 관념의 유희로 떨어지는 위험성
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조사선의 도전적 파워와 여래선의 온
건한 권위를 통일하기 위한 구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①의 ‘지후之後’는 탈자이다. 번역문에는 ‘증입證入하고 나서는’과 같이
『
179 永覺元賢禪師廣錄』(X72, p.443a), “夫悟之一字, 古人所重, 卽悟後尙當掃除, 況全
未悟者乎. 葢以識心對境, 一一分別, 了了能知. 雖似有禪可會, 有道可學, 然而絲毫
纔動, 卽便相違. 所以世尊, 喻爲欲以螢火, 燒須彌山, 終無得理. 石霜喚作朝生之
子, 非人王種. 雲居謂, 其頭頭上了. 物物上通. 祇喚作了事人. 終非尊貴. 當知尊貴
一路自別. 古人作如是言, 豈欺我哉. 昔僧問石霜, 如何是頭. 霜曰, 直須知有. 後有
僧問九峯, 如何是頭. 峯曰. 開眼不見曉. 是知, 開眼不見曉, 方謂之眞知有. 豈識心
對境, 了了分別之事乎. 然此知有, 尙當掃除, 到無有變易之地, 方可謂之大休歇地.”
제7장 보임무심 · 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