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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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지가 아뢰야식의 차원이라는 규정이다. 이에 비해 그 하권에서는

            대무심지를 대원경지의 무심, 즉 진정한 무심이라 규정하고 있다. 대무
            심지에 대한 정의에 변화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성철스님은 아뢰야식 차원의 무심을 극복해야 할 차원으로
            본다. “아뢰야식은 무심경계無心境界인데,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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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심경계까지도 완전히 덜어야 한다.” 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의 완결성을 드러내기 위해 진무심과 같이 수식을 더하는 것

            은 성철스님의 전형적 표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번역문 ⑥의 ‘무위무사無爲無事한 한한지閑閑地’ 역시 설명식 번역문으

            로서 원문에 없는 ‘무위무사無爲無事’라는 수식어가 더해져 있다. 이를
            통해 무심지를 체득한 사람이라면 한가하고 한가할 뿐 다시 더 닦을 바

            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한지閑閑地’는 암두스님의 말로 인용되어
            있지만 원오스님 역시 자주 썼고, 다른 선사들 역시 관용적으로 쓰던

            말이다. ‘한한지’는 ‘한가한 경지’라는 뜻도 되고, ‘한가하고 한가하게’로
            부사적으로 쓰이기도 하는 말이다. ‘지地’가 구어체에서 부사어를 만드

            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운암진정雲庵眞淨스님의 상당법문에
            보이는 문장이 그렇다.



               깨닫게 되면 적절하고 적절하게(可可地), 한가하고 한가하게(閑閑地),
               뚜렷하고 분명하게(了了明明地), 명확하고 명확하게(歷歷落落地) 일체
               의 신통변화가 모두 저절로 갖춰져 밖에서 구할 일이 없게 된다.                    177






                            『
             176  퇴옹성철(2014),  백일법문』(상), p.60.
             177   古尊宿語錄』(X68, p.277b), “悟得也, 可可地, 閑閑地, 了了明明地, 歷歷落落地,
                『
                一切神通變化, 悉自具足, 不用外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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