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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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에 ‘염오染污’→‘오염污染’의 대체가 보인다. 익숙한 표현으로 바꾼 것
이며 뜻의 변화는 없다.
⑤의 ‘진무심眞無心으로 상응하면’은 ‘무심과 서로 한 몸으로 만나면
(與無心相應)’으로 번역되는 구절이다. 여기에서 무심을 진무심으로 옮겼
다. 무심에 다양한 차원이 있어서 진정한 무심과 구별된다는 점을 밝히
기 위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면 중도를 바로 깨치면 우리의 심리 상태는 어떻게 되는가? 대
무심지大無心地가 됩니다. 이것을 무심無心이라 하고, 무념無念이라
하며, 무생無生이라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무심·무념·무생은 제
8아뢰야 무기식無記識의 침공체적沈空滯寂한 무심이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 확철히 깨친 대원경지大圓鏡智의 무심입니다. 174
그러니까 성철스님의 ‘진무심’은 ‘확철히 깨친 대원경지의 무심’, 즉 대
무심지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유심의 상대인 무심이 아니라는 점을 강
조하기 위해 선택한 설명식 번역어이다. 실제로 성철스님은 미세하게 흐
르는 분별이 남아 있는 제8지의 무심을 가무심假無心이라 규정하여 대
무심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진무심과 가무심은 성
철스님의 독창적 용어라 할 수 있다.
한편 대무심지라는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선문정로』와 『백일법문』의
의미가 다르며, 같은 『백일법문』에서도 다르게 쓰인 흔적이 보인다. 『백
일법문』 상권에서는 “언어와 문자와 몸과 마음이 다 끊어진 대정적大寂
定, 대무심지大無心地, 즉 아뢰야식에서도 알 수가 없다.” 라고 했다. 대
175
174 퇴옹성철(2014), p.388.
175 이에 대해서는 퇴옹성철(2014), 『백일법문』(상), p.42 참조.
제7장 보임무심 ·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