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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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그에게 뜻을 쉬는 데 해태하지 말 것을 권하면서 이와 같은 가르

            침을 내린다. 특히 수행에 있어서 무엇인가 추구하여 좇아가는 일이 없
            어야 하며(逐物爲下), 오로지 내려놓음의 실천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却物

            爲上)는 점을 강조한다.
               이 인용문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깊음, 오묘함, 성인과 범부, 복덕

            등에 대한 일체의 추구를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그것을 추구하여 좇아
            가지 말고 오로지 내려놓고 내려놓기만을 실천함으로써 크게 쉬는 자

            리, 크게 한가한 자리에 도달하기를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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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음의 예로 온몸을 내어놓는 두타행적 수행 을 제시하여 멈춤 없는
            수행을 촉구하는 것이 원오스님 법문의 핵심이다.
               인용문 ①과 같이 ‘성범聖凡’→‘범성凡聖’의 변화가 보인다. 글자의 순

            서를 바꾸었을 뿐이므로 뜻에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그 의도는 단순
            하지 않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순서를 바꾼 ‘범성막능측凡聖莫能測’이라

            는 구절을 ‘범성凡聖이 능히 측량測量치 못한다’로 번역하고, 그 한가롭
            고 한가로운 경지는 ‘보통 사람뿐 아니라 어떤 성인들도 짐작할 수 없다’

            라고 강설했다. 낮은 범부나 높은 성인이나 그 한가하고 한가한 경지를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문장만 가지

            고 보자면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짐작하고 이해하기
            를 멈추어야 도달하는 경지이므로 성인조차 짐작하는 순간 틀리게 되

            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장과 관련하여 원오스님은 다음과 같은 비슷
            한 내용의 법문을 한 적이 있다.





             180   佛果克勤禪師心要』(X69, p.467b), “古人爲此一段事, 直得捨全身立雪負舂賣心肝
                『
                然兩臂投猛火聚七處割截飼虎救鴿捨頭施目, 百種千端. 蓋不艱苦則不深到, 有志
                之士固宜以古爲儔晞顏慕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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