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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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성한 사람은 임기응변의 기봉이 번갯불처럼 빠르고 회오리바람처럼
매섭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인용되었다.
이 중 ①과 같이 득도한 사람의 경계를 묘사하는 문장이 생략되었
다. 현대어역에 보인 것처럼 깨달은 사람은 걸림 없는 자재함의 차원에
노닌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어떠한 상황에도 정신이 흔들리지 않고 생
각이 어지럽게 되지 않는다’는 뒤의 구절과 내용적으로 중복된다. 그
설법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중복되는 문구를 생략한 것이다.
②의 ‘능能’ 자를 생략하였다. 한문 문장의 문맥을 고려한 윤문에 해
당한다. 뜻의 차이는 없다.
③의 ‘무수한 고난이 불쑥 닥친다 해도, ~하지 않겠는가(千難殊對, 而
不)’의 구절이 생략되었다. ‘무수한 고난이 불쑥 닥친다 해도(千難殊對)’는
앞의 ‘어떠한 상황이 갑자기 닥친다 해도(萬機頓赴)’와 동일한 상황을 전
달하므로 중복을 피해 생략하였다. 뒷부분의 ‘이불而不’은 윤문을 위해
생략하였다.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면 “무수한 고난이 불쑥 닥친다 해도
그 정신을 흔들 수 있겠으며, 천 가지 어려움이 두루 찾아온다 해도 그
생각을 어지럽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而不干其慮哉).”로 되어 의미가 성립
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오심요』의 편집자는 『원오어록』에 보이는 이 구절
에서 ‘불不’을 삭제하여 맥락이 통하도록 교정한 바 있다. 성철스님은 이
부분을 생략하여 한편으로는 요령부득의 문장을 수정하고, 다른 한편
으로는 중복되는 부분을 지워 의미의 전달을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이다.
④의 ‘평소(平時)’와 ⑤의 ‘상황에 대응할 때에는 애당초 재주도 부리지
않지만 일을 처리할 때에는(爲物, 初不作伎倆. 准擬剸割)’의 구절이 생략되
었다. 득도한 사람의 경계가 보통 때는 멍청한 듯 보이지만 유사시에 일
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바람 같고 번개 같다는 말을 이끌어 내는 구절이
다. 이 말은 평소 한가하고 한가한 자리를 지키되 현상에 거울처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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