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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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오로지 한가하고 한가한 자리를 지킬 뿐, 범인이니 성인이니
하는 생각을 터럭만큼도 일으키지 않는다면 다시 무슨 득실을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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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할 일이 있겠으며 생사를 벗어날 일이 있겠는가?
그러니까 ‘범성막능측凡聖莫能測’의 구절을 ‘범부와 성인이 헤아리지
못하며’로 번역할 수도 있고, 원오스님의 법문처럼 ‘범부니 성인이니 하
는 생각을 일으키지도 못하며’로 옮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대
어역의 ③에서는 다르게 번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두었다. 마찬
가지로 이와 짝이 되는 ‘만덕부장래萬德不將來’ 역시 ‘이런저런 복덕이 찾
아오지도 않게’로 번역할 수도 있고, ④에 제시한 바와 같이 ‘이런저런
복덕을 가져오지도 않게’로 옮길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 쓰인 장래將來는 ‘~을 가져온다’는 뜻의 타동사로 번역
할 수 있다. 예컨대 숙면이 아닌데도 멸진정에 들어가는 여래의 선정에
감탄한 불가사弗迦娑가 귀의의 뜻으로 금색의 면포를 바치는 다음과 같
은 장면이 있다.
“나의 금색 면포 두 장을 가져오너라. 내가 부처님께 올리고자 한
다.” 시종이 명령을 받아 곧 그것을 가지고 왔다(卽取將來). 이에 불
가사弗迦娑가 손에 면포를 들고 부처님 앞에 반듯하게 꿇어앉아 이
렇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이것을 받들어 세존께 올리오니 원컨대
가엾게 여기셔서 받아들여 주옵소서.” 182
『
181 圓悟佛果禪師語錄』(T47, p.749c), “尋常只守閑閑地, 不起毫髮凡聖情量, 更有什
麼得失可疑生死可出.”
182 大般涅槃經』(T1, p.198b), “汝可取我金色劫貝二張持來, 我欲上佛. 侍人奉勅, 卽
『
取將來.時, 弗迦娑手執劫貝, 長跪佛前而作是言, 我今以此奉上世尊, 唯願哀愍,
卽賜納受.”
제7장 보임무심 · 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