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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只如如地어니 況復諸緣耶아
선문정로 자성의 실지實地를 답착踏著하여 무사안온無事安穩한 곳에
도달한 때에는 심중心中에 허가虛假한 공부가 없다. 면면부절綿綿不絶
하여 사호絲毫도 삼루滲漏하지 않고, 응연凝然히 담적湛寂하여 불조佛
祖도 자득自得할 수 없으며 마외魔外도 제휴提携하지 못한다. 이것은
무소주無所住의 대해탈에 자주自住함이니, 비록 궁겁窮劫을 경력經歷
하여도 또한 여여불변如如不變하거늘 하물며 진연塵緣이 다시 있으랴.
현대어역 실상의 자리에 발을 디뎌 평온한 자리에 도달하고 보면 마
음속에 헛되거나 거짓된[모든 시간 중에 헛되이 버리는] 공부가 없다. 면면
히 연결되어 새어나가는 일이 전혀 없고 흔들림 없이 맑고 고요하여
부처님이나 조사도 알지 못하고 사마외도도 손으로 잡지 못한다.[짐작
조차 하지 못한다.] 이것이 머무는 바 없는 대해탈에 스스로 머무는 것
으로서 무궁한 겁을 거친다 해도 오로지 한결같은 자리일 뿐이니 다
시 무슨 이런저런 끄달릴 인연이 있겠는가?
[해설] 원오스님의 회상에서 서기를 하던 단유端裕라는 수행자에게
내린 가르침의 일단이다. 여기에서 원오스님은 감정과 생각을 내려놓
고, 분별을 허물고, 낡은 틀을 허물며, 이해의 차원을 벗어나 실상의
이치를 증득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원오스님의 가르침은 철저한 수
행, 철저한 깨달음을 강조한다. 그 철저함은 부처에 대한 지향조차 내
려놓는 자세를 요구한다. 그 견해가 부처와 같더라도 부처의 지위(佛地)
를 설정하는 장애가 있음을 알아 의지할 곳이 전혀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오스님은 이렇게 의지할 바 없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수행
제7장 보임무심 ·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