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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법인을 증득해 일체 만법이 나지 않으니 부처라는 견해, 진리
라는 견해조차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 할 일이 없다. 모든 법
을 성취해 불견佛見·법견法見도 설 수 없고 부처도 조사도 설 수 없
는데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 아무 할 일이 없으니 곧 천하가 태평
한 대안락지大安樂地이다. 198
이와 같은 경계에서 대안락, 대자유를 누리는 일이 진정한 보임이라
는 것이다. 인용한 문장에서 ①과 같이 ‘등한요당等閑要當’이 생략되었다.
오로지 앞을 향해 나아가 뒤로 물러서지 않는 자리에 이르러 평등하고
한가하게 지내는 일을 ‘~해야 한다(要當)’는 것이다. 이 구절의 ‘~해야 한
다(要當)’는 미래적 지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생략하
여 현재완료형 문장으로 바꾸었다. 이로 인해 마음속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의 문장이 ‘남아 있지 않다’로, 뛰어난 견해의 마음을
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의 문장이 ‘일이 없다’로 바뀌었다. 당위형 문장
이 직서법 문장으로 바뀐 것이다. 수행자가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적 지
향점이 도달점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해야 한다(要當)’는 말은 어떤 당위적 지향점을 세우고 있
다. 그렇게 되면 보임保任은 어떤 지향점을 세우고 노력하여 나아가는
길이 된다. 이미 궁극의 무심에 도달하여 유희삼매에 노니는 일이 보임
임을 강조하는 성철스님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있다. 생략의 이유라
할 수 있다.
②와 같이 ‘바보 멍청이 같다(如癡兀)’는 말에 ‘사似’ 자를 추가하였다.
‘바보 같고 멍청이 같다(如癡似兀)’는 뜻의 표현에 있어서는 큰 차이는 없
198 퇴옹성철(2015), pp.15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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