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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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更無物③[拘]制하며 亦無方所하야 要用便用하며 要行便④[卽]
行하나니 更有甚得失⑤[是非]이리오 通上徹下하야 一時收攝하나니
此無心境界는 豈⑥[是]容易履踐湊泊이리오 要須是箇人始得다
선문정로 곧 대사大死한 사람과 같아서 기식氣息이 단절된 연후에 소
성甦醒하면, 비로소 확연廓然히 태허太虛와 동일함을 알아야 바야흐
로 실지實地를 답착踏著하는 데 도달한다. 차사此事를 심심철증深深徹
證하여 등한等閑에 탕탕무애蕩蕩無礙하여 백부지百不知 백불회百不會하
나니, 반드시 축착築著하게 되면 문득 녹록轆轆히 활전活轉한다. 다시
는 ⑦물제物制도 없고, 또한 방소方所도 없어서 요용要用하면 편용便用
하고, 요행要行하면 편행便行하는데, 다시 무슨 시비득실是非得失이 있
으리오. 상上으로 통투通透하고 하下로 철저徹底하여 일시에 수섭收攝
하나니, 심현深玄한 이 무심경계를 어찌 용이容易히 이천履踐하며 주
박湊泊하리오. 이것은 모름지기 ⑧과량대인過量大人이라야 한다.
현대어역 오직 크게 죽은 사람과 같이 의식의 자취가 끊어진 뒤에 다
시 살아나야 비로소 허공과 같이 넓음을 알게 된다. 바야흐로 실상
에 발 딛는 자리에 도달하여 이 일을 깊이 깨달으면 [투철하게 밝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되며,] 평등하고 한가하게 텅 비어 아는 일도 없고
눈뜨는 일도 전혀 없게 된다. 모든 현장에서 척척 맞아떨어지게 되면
걸림 없이 굴러 묶이는 일이 없고 머무는 곳도 없게 된다. 활용하려
면 그대로 활용하고 움직이려면 그대로 움직이게 되니 다시 무슨 득
실과 시비가 있겠는가? 위아래로 철저히 통하여 동시에 거두어들이
게 되니 이 무심의 경계에 어찌 쉽게 발 딛고 머물 수 있겠는가? 제
대로 된 사람이라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제7장 보임무심 · 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