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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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처에 대한 지향까지 내려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종경록』의 문장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눈병을 치료하
            여 백태가 사라지면 청정한 허공이 남고, 얼음이 녹으면 물이 남는다.

            이와 같이 망념이 사라지면 본래 부처가 남는다. 있는 이대로 완전하여
            더 이상의 인위적 수행이 필요 없게 된다. 이것이 견성의 풍경이다. 망

            념이 사라지면 수행의 방편조차 필요가 없다는 점, 구경무심이 현현하
            여 모든 것이 보리임을 알게 된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인용한 문장이

            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에 덧붙여 얼음이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일
            만 가지고는 견성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돈오점수설의 근간이 되는 보조국사의 『수심결』에서는 얼음의 본
               성이 본래 물이었음을 알 듯, 중생이 본래 부처였음을 알면 그것
               을 견성이라 했다. 그러나 여러 경론과 정안종사들의 말씀을 살펴

               볼 때, 견성이란 얼음이 완전히 녹아 융통자재한 것을 견성이라 했
               지 그러기 전에는 10지와 등각이라도 유심으로서 병이 완전히 낫
               지 않은 환자와 같다 하였다.         11



               깨달음 뒤의 닦음을 말하는 돈오점수에 대한 비판이다. 이것이 성철

            선의 특징이다. 성철선은 문자적 표현으로는 돈오돈수, 실제 내용으로
            는 철저한 수행을 통한 완전한 구경무심의 성취를 표방한다. 이것이 돈

            오원각론, 구경무심론, 실참실오론의 종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돈오
            점수는 미완의 단계일 뿐이다. 이 유심의 차원을 견성으로 인정할 수

            없으므로 가차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수행 중에 어떤 지견이





             11     퇴옹성철(2015), p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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