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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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허공처럼 텅 비어 기댈 것이 없게 된다. 기댈 것이 없으면 지향할 바
가 없고, 지향할 바가 없으면 있는 그대로 자유자재한 입장이 된다. 이
때 억지로 애쓰지 않고 오는 대로 맡겨 두는 일이 필요하다. 맡겨 두는
일만 가지고도 저절로 도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자유자재한 도인의
삶이 성취된다는 것 209 이다. 성철스님은 깨달음 이후, 행위 없음과 지음
없음의 길을 걷는 것이 깨달음 이후의 보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그런 사람은 하는 일도 할 일도 없다. 모든 것을 성취했으니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이런 편안하고 자유자재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바로 참다운 보임이다. 허공처럼 청정한 경계마저 벗어나야 하
는데 잔뜩 낀 구름처럼 번뇌망상이 우글우글한 것이야 말해 무엇하
겠는가? 210
여기에서 ①과 같이 ‘정예淨穢’가 ‘정염淨染’으로 글자가 바뀌었다. 둘
다 깨끗함과 더러움의 분별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뜻의 변화는 없다. 다
만 번역문에 ‘정예2변淨穢二邊’으로 되어 있으므로 교정해야 한다.
【7-14】 若一念圓證하야 念念修行하면 以無修而修하며 無作而
作이라 ①[煉磨將去,] 於一切境에 不執不著하야 不被善惡業緣縛
하야 得大解脫하나니 到百年後에는 翛然獨脫하야 前程이 明朗하
야 劫劫生生에 不迷自己니라
209 佛果克勤禪師心要』(X69, p.486c).
『
210 퇴옹성철(2015), pp.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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