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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움직인다는 뜻에는 변화가 없다
⑤에서는 ‘득실시비得失是非’에서 ‘시비是非’를 생략하였다. 번역문에는
‘시비득실是非得失’로 표현되어 있으므로 단순 탈락에 속하며 복원되어
야 한다.
⑥에서는 ‘시是’ 자를 생략하였다. 뜻에는 차이가 없다.
번역문 ⑧에서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는 뜻을 갖는 개인箇人을 ‘과량
대인過量大人’으로 설명식 번역을 하였다. 그 뜻을 분명히 드러내고자 한
경우에 속한다. ‘과량대인過量大人’은 이원적 분별 사유의 틀을 벗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틀을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출격장부出格丈夫,
분별 사유가 아예 없다는 의미에서 몰량대인沒量大人으로도 표현한다.
어느 경우나 스스로 견성하여 본래 지혜에 굳건히 발 디딘 사람을 가리
킨 말이다. 원오스님도 이 법문의 바로 앞부분에서 몰량대인이라는 말
을 쓴 적이 있다. 평상심으로 불리는 무심경계는 생각이 일어난 뒤 잠
재우는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몰량대인도 이
것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기진맥진하여 머릿속이 텅 빌
때까지 거듭 탁마하여 생각의 잔재를 끊어내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다.
성철스님은 원오스님의 이러한 철저함에 십분 공감하는 입장에 있었다.
바로 깨친 사람이면 죽은 송장처럼 온갖 망상이 다 떨어진 무심경
계가 된다. 또한 그런 무심경계마저 머물지 않고 초연히 벗어난다.
죽은 송장처럼 철저한 무심경계, 그런 깊은 경지에서 눈을 떠 확연
히 깨치는 것이 견성이다. 207
207 퇴옹성철(2015),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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