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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윤상인倫上人이라는 수행자에게 주는 법문으로서 【7-7】에서

            그 무심을 강조하는 일부 문장을 인용한 바 있다. 이 법문의 핵심은 유
            심을 잠재우는 방식으로 무심이 성취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데 있

            다. 오로지 기진맥진할 때까지 씹고 씹어 모든 것을 끊어내어 기댈 것
            조차 전혀 없는 자리에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깨달음 이후의 수행이라

            는 것이다. 허공과 같은 무심으로 지내는 것이 보임의 삶임을 보여주기
            위한 인용문이다.

               ①의 ‘허虛’ 자가 생략되어 허공을 뜻하는 ‘태허太虛’가 ‘태太’로 표현되
            었다. 1981년 초판본에 바로 되어 있던 것을 1993년에 가로쓰기로 바

            꾸면서 오류가 일어났고, 이것이 2015년 본까지 이어진 것이다. 단순
            탈자이므로 복원되어야 한다.

               ②의 ‘명득철明得徹, 신득급信得及’이 생략되었다. ‘깊이 깨달아 투철하
            게 밝아지고(明得徹) 완전히 믿게 된다(信得及)’는 뜻이다. 이 중 ‘완전한

            믿음(信得及)’이 생략의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 ‘완전한 믿음(信得及)’
            은 남종의 돈오선에서 깨달음의 조건으로 얘기되거나 심지어 깨달음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는 말이다. “완전히 믿기만 하면 바로 성불하게 되
            니 닦을 필요가 없다.”        203 는 말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원오스님

            도 이 말을 애용하는 편이었다.


               완전하게 믿고(信得及) 흔들림 없이 잡아 부처를 따라 실천하되 부처

               에 집착하지 않고, 조사에 의지하여 깨닫되 조사에 집착하지 않는
               다. 법의 깃발을 잘 세우고 종지를 잘 세운다. 부처와 조사를 찬양
               하여 마치 비단 위에 꽃을 뿌리는 것 같고, 천상천하가 온통 금과





                『
             203  大慧普覺禪師語錄』(T47, p.842b), “若信得及, 卽今成佛不假修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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