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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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만약 일념에 원증圓證하여 염념念念히 수행修行하면 수修함이
없이 수修하며 작作함이 없이 작作하는지라, 일체의 경계에 집념執念치
않으며 애착치 않아 선악의 업연業緣에 계박繫縛되지 않아서 대해탈을
얻는다. 사후死後에 이르러서는 소연翛然히 독탈獨脫하여 전정前程이 명
랑明朗하여 겁겁생생劫劫生生에 자기를 미매迷昧하지 않느니라.
현대어역 만약 한 생각에 남김없이 깨달아 생각생각 닦음을 실천하
면 닦음 없이 닦으며 지음 없이 짓게 된다. [닦아 나아가다 보면] 모
든 대상경계에 집착하는 일이 없으며 선업이나 악업의 인연에 묶이
는 일이 없어 대해탈을 얻게 된다. 생애를 마친 후에는 시원하게 벗
어나 앞길이 밝고 훤하여 무수한 겁을 거치며 생을 거듭하더라도 자
기를 잃지 않게 된다.
[해설] 원오스님은 무념을 마음과 대상에 대한 지각분별은 물론 앎과
견해와 이해와 알아차림조차 끊어진 자리로 규정한다. 그것을 다음과
같은 석상石霜선사의 말을 빌려 형상적으로 표현한다.
쉬고 또 쉬어 입술 위에 곰팡이가 슬도록 나아가라. 한 폭의 흰 비
단처럼 나아가며, 한 생각이 만년이 되도록 나아가라. 차갑고 싸늘
하게 나아가며, 폐허가 된 사원의 향로처럼 나아가라. 오로지 이
말을 믿고 의지하여 실천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흙이나 나무처럼,
돌덩이처럼 하라. 211
『
211 佛果克勤禪師心要』(X69, p.479b), “石霜道, 休去歇去, 直教唇皮上醭生去, 一條
白練去, 一念萬年去, 冷湫湫地去, 古廟裏香爐去. 但信此語依而行之, 放教身心如
土木如石塊.”
제7장 보임무심 · 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