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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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하고, 고요하지만 밝게 비추어서 [안으로는 자기의 견해를 잊고 밖

               으로는 털끝만 한 번뇌까지 끊어] 안팎이 훤하여 오직 하나의 진실
               일 뿐이라야 합니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 모양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현상이 모두 이것에 기대어 세워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벗어나 뛰어넘으면서도 이와 같은 무수한 인연들로 드

               러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무수한 인연들이라 하지만 애초에 정해
               진 모양이 없습니다. 그저 이 빛에 기대어 거듭 변화하여 나타나는

               것일 뿐입니다. 만약 이러한 바탕으로서의 땅을 완전히 믿게 된다면
               한 번 깨닫는 것으로 모든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한 번 밝아지는

               것으로 모든 것에 밝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곳에서의 지음과 행위가 모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투철하여 완전히 해탈한 금강의 바른 본체가 됩니다. [우선] 이 마
               음을 깨달은 뒤에 모든 선善을 닦아야 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

               다. 백락천이 조과鳥窠선사에게 무엇이 진리인지를 묻자 조과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많은 선善을 정성껏 실천하십

               시오.” 백락천이 말했습니다. “3살 어린애도 말할 수 있는 일이군요.”
               조과선사가 말했습니다. “3살 어린애도 말할 수 있지만, 80 먹은 노

               인도 실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확인해 가며 바로
               수행을 하되, 눈과 발이 서로를 돕듯 해야 합니다. 만약 모든 악을

               짓지 않고 많은 선善을 정성껏 닦는다면 5계五戒와 10선十善만 수지
               하는 사람이라 해도 윤회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묘하게 드러나는 진짜 마음과 견고한 바른 본체를 먼저 깨달은 뒤
               에 힘닿는 대로 닦으며 모든 선행을 실천하는 경우라면 어떻겠습니

               까? 모든 사람들이 인과에 어둡지 않아 지옥과 천당을 만드는 원인
               이 모두 자신의 본래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도록 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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