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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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음이 생겨나고 생각이 움직임으로써 그 순간 이 본래의 밝음
               을 어둡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곧바로 도달하고 남김없이 꿰어

               몸과 마음을 텅 비게 해야 합니다.


               마음은 모든 현상들을 낳는 근원이자 모든 것에 관철되는 본질이다.

            본질이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홀로 멀찍이 벗어나 있다고 표현
            한다. 모든 현상으로 나타나므로 한순간도 머무는 일이 없다. 그래서

            펄떡펄떡 살아 있다고 표현한다. 이것에 곧바로 도달하려면 마음과 생
            각이 일어나지 않는 공부를 지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공부라는

            것이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자리에 발 딛는 일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실천을 통해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자리에

            도달한다! 이것이 이 공부의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다.
               유위적 노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유위적 노력의 중요성을

            읽고, 무위적 내려놓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내려놓음의 중
            요성을 읽는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해석의 분기를 차단하기 위해 이 문

            장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②의 ‘안으로는 자기의 견해를 잊고 밖으로는 털끝만 한 번

            뇌까지 끊는다(內忘己見, 外絕纖塵)’는 말이 생략되었다. 유식으로 말하자
            면 아뢰야식의 견분見分과 상분相分의 미세번뇌를 끊는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궁극의 깨달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서 원오스님이 특히 즐겨
            쓴 말이기도 하다. 『원오어록』에도 다음과 같은 말이 보인다.



               안으로는 보는 나를 잊고, 밖으로는 대상에 실체가 없음을 깨달아
               안팎이 한결같고 집착이 없어 뚜렷하고, 맑고, 고요하다. 이렇게 된

               다면 마음 전체가 곧 부처이고, 전체 부처가 곧 마음이라서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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