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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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호안국胡安國(1074-1138)이 있다. 원오스님이 1063년에 태어나

            1135년에 열반했으니까 생몰 시기가 완전히 겹치고, 또 1111년에 원오
            스님의 교화 범위에 있던 성도成都에 임직된 일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가 당시 성리학의 대표적 실천자의 한 사람으로서 선종의 자성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문장에서 말하는 호상서가

            호안국이라 확정해도 좋다.
               이 글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다 갖추고 있는 자성을 강조하여 보여

            주는 데 있다. 자성은 모양이 없지만 모든 곳에 걸림 없이 통하고 있다.
            다만 이것을 분별망상이 가리고 있으므로 관찰의 눈길을 돌려 한 생각

            도 일어나지 않는 자리에서 본래의 마음을 밝게 깨달아야 한다. 그러한
            깨달음을 체험한 뒤 이 마음을 유지하면서 나와 대상의 분별, 취사득

            실에 따른 호오의 감정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20년씩, 30년씩 긴 시간
            을 가지고 잘 양성하되 인연에 따라 모든 선행을 하는 일이 참선 공부

            의 요체라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10지와 등각을 초월하여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자리가

            아니라면 견성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견성이 아니므로 보임이라
            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러한 관점을 분명히 드러내는

            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문장을 인용하였다. 다만 본래의 문맥
            과 약간의 어긋남이 있다. 성철스님은 더 닦을 것이 남아 있다는 차원

            에서 10지와 등각조차 환자로 규정한다.


               견성하면 당하에 무심하여 10지와 등각도 초월하므로 약과 병이

               다 필요 없어진다고 했다. 그럼 환자는 누구인가? 번뇌망상의 경중
               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저 아래 지옥 중생부터 위로 10지와 등각보
               살까지도 모두 환자이다. 부처님의 눈으로 볼 때 10지와 등각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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