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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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드문 주제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능엄경』
에 오매항일寤寐恒一에 대한 언급이 보이고, 『선문정로』에 인용된 대로
대혜스님과 원오스님의 대화에도 이것이 언급되어 있다. 또 원나라 임
제종의 선승인 몽산덕이스님의 이에 대한 구체적 묘사도 발견할 수 있
다. 한편 설암조흠스님은 자신의 화두참구와 깨달음의 과정을 회고하
는 중에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 경계가 달라(打作兩橛) 오매일여를 성취
하지 못하여 애를 썼던 일을 묘사하고 있다. 또 백장스님의 『좌선의』에
오매일치, 생사일여에 대한 언급이 보이기도 한다. 『좌선의』가 선수행의
기본 매뉴얼로 수용되어 온 저간의 상황을 감안할 때 오매일여가 간화
선 수행의 핵심 주제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염불수행의 정토문에서는 오매일여에 대해 비교적 자주 언급한
다. 그 핵심은 “각명覺明이 공허하고 적정하여 허공과 같아서 대상세계
에 반연하는 인식 작용이 없다.”라는 데 있다. 몽산스님은 이 흔들림 없
는 비춤을 ‘물에 비친 달빛과 같다’고 묘사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상징적 표현이거나 불이론적 원칙론의 반복인
가 아니면 실제 체험하는 경계인가? 이와 관련하여 다른 문화권의 체
험담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
깨어 있는, 꿈꾸는, 그리고 잠자는 상태 모두를 관통하는 이 항상
적 의식은 다년간의 명상 이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 그러
고 나서는 깊은 꿈 없는 잠의 상태로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의식이
있다. 이제는 어떤 내용도 없이 거대하고 순수한 공空만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완전히 옳지는 않다. 여
기에는 이원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그저 순수한 의식 그 자
체만이 있는 것과 같다. 아무런 속성이나 내용물 또는 주체나 목적
제8장 오매일여 · 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