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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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성철스님이 숙면시에 어둡지 않음, 즉 소소영영함이 오
매에 항일한 이 경계를 투과해야 정오正悟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그
논거로 반대되는 입장의 글을 인용하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인용문에 생략된 ①의 ‘갱更’ 자는 추가 논의를 이끄는 글자이다. ‘갱
유更有’와 ②의 ‘편설便說’이 상호 짝이 되어 ‘또 ~과 같이 말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을 형성한다. 앞에서 선지식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병폐를 이
런 경우, 저런 경우로 나열해 왔으므로 그 문맥을 이어 말하겠다는 뜻
이다. 성철스님은 이 추가적 논의를 이끄는 ‘갱更’ 자를 생략함으로써
원래의 문맥으로부터 인용문을 독립시킨다. 소소영영이 궁극의 견성은
아니지만 본래 깨달음을 확인하는 실천 현장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
해서이다.
③의 ‘알겠는가(知麼)’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말이다. 이것을 생략하였
는데 이로 인한 의미의 변화는 없다.
④의 ‘여汝’는 ‘그대, 그대들’이라는 뜻으로서 중복을 피해 생략한 것
이고, ⑤의 ‘이다(是)’ 역시 바로 앞의 ‘~로 여긴다(爲)’와 의미상 중복되
므로 생략한 것이다.
⑥에서는 ‘십什’ 자를 ‘심甚’ 자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위심마爲甚麼’나
‘위십마爲什麼’ 모두 ‘왜, 어째서’의 뜻을 갖는 구어체 의문사로서 구분
없이 쓰는 관계에 있다.
⑦의 문장이 생략되었다. “어째서 밝고 신령스러울 때는 여러분은 또
알게 되는가?”라는 뜻이다. 원문에서는 소소영영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것이 소소영영이 깨어 있을 때는 작
용하다가 잠이 들면 사라지는 상황을 들어 그것이 진실불변의 진여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성철스님은 ‘졸거나 잠잘 때’에도 소소영
영함이 항일한 단계를 거쳐야 진여에 계합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제8장 오매일여 ·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