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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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건一件 사실이 있어서 실오實悟가 아니다. 그대가 성성惺惺히 사량思

                量할 때에는 문득 선禪이 있으나 겨우 잠들었을 때에는 문득 없어진
                다. 만약에 이러할진대 어찌 생사를 당적當敵하리오.” 고杲가 대답하

                되, “참으로 이것이 저의 의심하는 바입니다.”라고 하였다.



                현대어역  담당스님이 말하였다. “고상좌여! 나의 이 선법을 그대가 일
                시에 이해하여 설법을 시켜 보아도 잘하고, 옛 조사의 깨달은 현장을

                예로 들고(拈古) 노래로 표현(頌古)해 보라 해도 잘한다. 수시로 하는
                설법(小參)이나 대중설법(普說)도 시켜 보면 잘한다. 다만 한 가지 안

                되는 일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어떤 일입니까?” 담당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오직 이 하나를 시

                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대가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였기 때
                문에 내가 방장실에서 그대와 말을 할 때에는 선정이 있다가도 방장

                실을 나가자마자 바로 없어지고 만다.] 또렷하게 의식할 때에는 선정
                이 있다가도 잠만 들면 바로 없어진다. 만약 이와 같다면 어떻게 삶

                과 죽음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그것이 바로
                저의 풀리지 않는 점입니다.”



             [해설]  대혜스님은 출가 이후 교학에 전념하다가 교학을 내려놓고 선

             을 공부하여 당대 제일가는 조동종의 선사들로부터 그 깨달음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대혜스님은 자신의 깨달음이 혼자 얻은 것(自證自悟)이라

             분별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담당문준스님
             을 찾아간다. 담당스님은 수차에 걸쳐 대혜스님을 점검한다. 대혜스님

             은 그때마다 막히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담당스님은 그것이 선사를 흉
             내내는 일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제8장 오매일여 ·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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