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1 - 정독 선문정로
P. 401
다음으로 동정일여와 몽중일여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생략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방장실의 밖에서 선정이 항일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동
정일여의 미성취이다. 잠에서 항일하지 못하면 그것은 오매일여(몽중일
여 내지 숙면일여)의 미성취이다. 동정일여→몽중일여→숙면일여의 순차적
인 실경계 체험이 일어난다고 강조하는 성철스님의 입장에서 이러한 혼
재는 곤란하다. 동정일여의 미성취 상태에서 오매일여의 미성취를 함께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 성철스님은 대혜스님이 동정일여를 넘
어 오매일여를 성취하지 못해 애쓰고 있는 중이었음을 드러내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했다. 그런데 문장만 가지고 보자면 대혜스님은 동정일
여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 문맥으로 볼 때 담당스님은 대혜스님이 분별을 완전히 떨어
내지 못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동정일여를 넘어 오매일
여의 문턱에서 그것을 성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아닌 것이다. 담
당스님의 말과 성철스님의 인용 사이에 발화 의도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일여一如’는 둘이 아니라는 주된 뜻과 변함없이 유지된
다는 부수적 의미를 갖는다. 성철스님이 구사하는 동정일여, 몽중일여,
오매일여에는 항상적 지속(恒一)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물론 성철스님이
말하는 일여에 불이不二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상적 지속이 없
다면 그것이 곧 분별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
문이다. 다만 그 의미의 무게 중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이 문장의 생략에는 또 하나의 상황이 고려되었다. “다만 그
대는 오직 이 하나를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대가
이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서(爾秖欠這一解在㘞, 若爾不得這一解)”에서 ‘해결
하지’로 번역한 ‘해解’가 앎, 혹은 이해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해
제8장 오매일여 · 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