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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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끊어질 때 그대는 저절로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가 항상 한결같

               은 자리에 도달할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도 믿지 못했습니
               다. 매일 스스로 돌아보면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가 분명히 둘로 나

               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찌 감히 큰 입을 열어 선정을 말할 수 있
               었겠습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가 항

               상 한결같다(寤寐恒一)는 것이 거짓이라면 나의 이 병을 제거할 필요
               가 없겠지만 부처님의 말씀이 정말로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면 바

               로 내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중
               에 [스승님이 모든 부처가 나오는 자리에 대한 물음에] 훈풍은 남쪽

               에서 불어온다고 대답했다는 사례를 드는 것을 듣고 홀연히 가슴에
               막혀 있던 것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비로소 부처님의 말씀이 진짜

               말이고, 실제 말이고, 변함없는 말이고, 속이는 말이 아니고, 거짓말
               이 아니라서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큰

               자비에 분골쇄신하여 목숨을 바쳐도 갚을 길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가슴에 막혀 있던 것이 사라지고 나자] 비로소 꿈을 꿀 때가 바로 깨

               어 있을 때의 그것이고, 깨어 있을 때가 바로 꿈을 꿀 때의 그것임을
               알았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가 항상

               한결같음을 비로소 직접 알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도리는 집어 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으며 [말로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으로서] 꿈

               속의 경계와 같이 소유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해설]  오늘날의 차관쯤에 해당하는 시랑 향백공向伯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대혜스님과 깊이 교류하면서 수시로 참선의 길에 대해 질문하

            는 독실한 수행자였다. 그가 잠에 들어 꿈을 꿀 때 평상시와 같은 선정
            이 유지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질문한다. 상당한 수행자였던 것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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