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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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습니다. 그러하니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분산하는 사경死境에서 중고

                衆苦가 치연熾然히 일어날 때에는 어찌 회환전도回換轉倒되지 않겠습
                니까?” 원오圓悟는 다만 수지手指로 가리키며, “그만하고, 그만하라.

                그리고 망상을 쉬어라. 망상을 쉬어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 “그대가 지금 설법하는 허다許多한 망상이 단절될 때에 그대 스

                스로 오매항일처寤寐恒一處에 도달하리라.”고 하였다. 초문初聞하고는
                또한 신종信從하지 않아서 매양每樣 말하기를, “내가 스스로 회고하

                여 보건대, 오寤와 매寐가 분명히 양단兩段이어늘 어찌 감히 크게 개
                구開口하여 선禪을 설하리오. 다못 오매항일寤寐恒一이라 한 불어佛語

                가 망어妄語라면 나의 차병此病을 제거할 것 없지마는, 불어佛語가 과
                연 중생을 기만하지 않으면 이는 내가 아직 미달未達한 것이다.” 후일

                에 훈풍薰風이 남南으로부터 취래吹來한다는 설법을 듣고, 홀연히 심
                중心中에 애응礙膺된 물건을 거각去却하고서 바야흐로 몽시夢時가 곧

                오시寤時와 같고, 오시寤時가 곧 몽시夢時와 같음을 알게 되니 오매항
                일寤寐恒一이라 한 불언佛言을 알았다. 이 도리는 타인에게 염출拈出할

                수도 없고 정사呈似할 수도 없어서 몽중경계夢中境界와 같이 취할 수
                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현대어역  내가 원오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 보니 이 몸

                이 여전히 존재해도 잠이 들기만 하면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데 하물
                며 지수화풍이 흩어져 무수한 고통이 불길처럼 일어날 때는 어떻겠

                습니까? 어떻게 하면 뒤집히거나 되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원오스님께서 단지 손으로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

                라. 망상을 쉬고, 망상을 쉬어라.” [이 지점에서 허둥지둥하였다. 스
                승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말하는 이 허다한 망상




                                                            제8장 오매일여 ·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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