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6 - 정독 선문정로
P. 406
한다. 경계의 심천고하에 상관없이 선수행은 억지로 추구하기를 멈추
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 오매항일은 선종 어록에 자주 보이는 말은 아니다. 다만 성철스님
이 인용한 것처럼 고려 말 나옹스님의 ‘공부10절목工夫十節目’에 보인다.
선문의 수행 매뉴얼을 자처한 ‘공부10절목’의 성격을 감안해 볼 때, 이
것이 공부 점검용 기준의 한 항목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용문에는 번호로 표시한 바와 같이 재구성, 추가, 생략 등 다양한
손질이 가해졌다.
먼저 ①과 같이 ‘대혜가 원오에게 물었다(大慧問圓悟)’는 새로 구성된
문장이 더해졌다. 원래 이 글은 조정의 높은 관리인 향 시랑에게 보내
는 것이므로 자신을 가리킬 때 모某 자를 사용하였다. 대혜大慧는 황제
가 내린 사호賜號였으므로 스스로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원문의 해당
구절은 ‘종고가 다시 말하기를(宗杲復曰)’로 되어 있고, 동일한 내용을 기
록한 『지월록』에는 ‘제가 다시 말하기를(某復曰)’로 되어 있다. 해당 문장
이 대혜스님의 회고이므로 직접 자신의 이름인 ‘종고宗杲’을 제시하거나
‘모某’라는 1인칭 대명사를 사용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 문장을 새로
구성하는 입장이었으므로 호를 사용하였다.
②에서 ‘존存’ 자를 ‘재在’ 자로 바꾸었다. 의미의 차이가 없는 단순 대
체에 해당한다.
③은 앞의 문장을 가져다 삽입한 문장이다. 원오스님이 ‘수지手指로
가리키며, “그만하고, 그만하라. 그리고 망상을 쉬어라. 망상을 쉬어라.”
고 말할 뿐’이었다는 내용이다. 원래 대혜스님과 원오스님의 관련 대화
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고, 인용문은 두 번째 대화에 해당한다. 그래서
원문에는 ‘종고가 다시 말하기를(宗杲復曰)’과 같이 다시 ‘부復’ 자가 붙어
있는 것이다. 그 대화 중 ③의 문장은 앞부분 문답의 핵심이다. 성철스
406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