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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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처럼 생각이 녹아 버리면 존재를 휘젓고 뒤흔드는 번뇌가 사라진

             다. 번뇌의 근본인 생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차원에서 깨어 있을
             때의 생각과 잠잘 때의 꿈이 소멸하여 오매항일의 경계를 체험한다. 물

             론 생각의 덮개가 사라진 뒤에도 특별한 경계 체험을 지향하는 장애                          239
             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애착하고 자부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은

             경계의 심천고하에 상관없이 수행자의 유일한 살림이 되어야 한다.
                성철스님은 오매항일이 상음의 소멸로 구현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

             해 이 구절을 가져왔다. 이것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행음行陰
             과 식음識陰의 소멸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상음의 소멸이 구경이 아니

             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오매항일을 몽중위의 화엄 7지와 숙면위
             의 8지 이상으로 구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능엄경』의 5음 멸진에 대한 법문을 보면 성철스님이 모든 수승한 경
             계에 대한 의미화를 왜 원수처럼 미워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수

             승한 경계에 대한 자긍심이 바로 마군의 일                 240 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




              239   상음이 멸진한 즈음에 그것을 방해하는 열 가지 경계(求善巧, 欲經歷, 願契合, 樂辨
                 析, 希冥感, 冀靜謐, 祈宿命, 求神力, 愛深空, 好永歲)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모두 융
                 통망상融通妄想의 범주에 속한다.
              240  5온의 순차적 소멸의 단계마다 열 가지씩의 경계가 나타난다. 색음의 소멸 단계
                 에서 열 가지(身能出礙, 體拾蟯蛔, 密義聞空, 華臺踞佛, 空呈寶色, 物見暗中, 傷體無
                 知, 遍觀諸界, 他方夜覩, 師體變移) 경계가 일어난다. 이 경계를 자부하거나 집착하
                 면 열 가지의 경계가 마군이 되며 이것은 모두 견고망상堅固妄想에 속한다. 수음
                 의 소멸 단계에 나타나는 경계에 열 가지[見物生悲(悲魔), 勇志齊聖(狂魔), 渴心沈憶
                 (憶魔), 疑自果成(足魔), 逼意憂愁(常憂愁魔), 生心喜樂(好喜樂魔), 無端我慢(大我慢魔),
                 頓獲輕安(好輕清魔), 誤入空心(空魔), 狂成貪欲(欲魔)]가 있다. 이것은 모두 허명망상
                 虛明妄想의 범주에 속한다. 상음이 멸진한 즈음에도 그것을 방해하는 열 가지 경
                 계(求善巧, 欲經歷, 願契合, 樂辨析, 希冥感, 冀靜謐, 祈宿命, 求神力, 愛深空, 好永歲)
                 가 나타난다. 이것은 모두 융통망상融通妄想의 범주에 속한다. 행음이 멸진할 즈
                 음에 열 가지 경계(無因論, 四常論, 一分常論, 有邊論, 不死矯亂論, 有相論, 無相論, 俱
                 非論, 斷滅論, 涅槃論)가 나타난다. 이것은 그 번뇌성이 미세하여 눈치채기 어려우



                                                             제8장 오매일여 ·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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