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5 - 정독 선문정로
P. 415
그런데 ③에 보이는 것처럼 첫 구절 ‘보살이 이러한 제7지에 머물게
241
되면(菩薩住此第七地) ’ 이하의 긴 문단이 생략되었다. 생략된 내용은 현
대어역에 제시한 바와 같이 ‘20가지 무량함에 들어가는 일’에 관한 것
이다. 이것은 뒤에서 말하는 방편의 지혜에 해당한다. 공의 지혜를 깨
달은 보살은 그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편으로 중생제도의 실천에
들어간다. 이처럼 20가지 무량함에 들어가는 일은 모두 방편지혜에 속
한다. 성철스님은 방편지혜라는 말만 남기고 이 20가지 무량함을 모두
생략한다. 요약의 차원이다. 또 인용 의도가 몽중에 장애가 없는 상태
를 묘사하는 데 있었으므로 그 외의 경계를 생략하여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고자 한 것이기도 하다.
①의 ‘마하살摩訶薩’은 단순 생략에 해당하고, ②의 ‘이러한 제7지에
머물게 되면(住此第七地已)에서 완료형 조사 ‘이已’ 자를 생략했는데, 역시
단순 생략이다. 뜻에는 변화가 없다.
④의 ‘일으킴(起)’을 생략하였다. 이로 인해 방편의 지혜와 수승한 실
천의 길이 모두 ‘거듭 닦음(修習)’의 목적어가 된다. 원래의 문장에 충실
하자면 방편의 지혜는 닦음의 대상이고, 수승한 실천의 길은 일으킴의
대상이다. 방편의 지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보살이 공에 머물지
않고 향상의 길을 가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이것이 10바라밀과 같은
수승한 실천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방편지혜를 닦아(修習) 수승한
실천의 길을 일으킨다(起)’고 표현한 것이다. 방편지혜는 유위적 노력의
차원이므로 ‘닦는다’고 표현했고, 수승한 실천의 길은 무위적 맡김의 차
원이므로 ‘일으킨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실천적 입장에서 보자면 이 방
편지혜나 수승한 실천이나 모두 닦음의 범주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의
241 또 원문의 구절은 ‘菩薩摩訶薩住此第七地已’이므로 이에 대한 축약도 발견된다.
제8장 오매일여 ·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