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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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상자와 뚜껑이 딱 맞는 것처럼(函蓋相應去) 되었다고 표현하고, 할

            말을 잊었다는 점에서 입가에 흰 곰팡이가 생긴 것처럼(口邊白醭去) 되었
            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인용문에도 앞뒤가 끊어진 경계를 묘사하는 말들이 나열되어 있
            다. 그중 ②와 같이 ‘무너진 사당의 향로와 같도록 하며, 고요하고 냉랭

            하게 한다(似古廟香爐去, 冷湫湫地去)’라는 구절을 생략하였다. 그것이 ‘쉬
            고 또 쉬어 한 생각이 만년과 같도록 한다’는 구절과 내용적으로 중복

            되기 때문이다. 이를 생략하여 문장의 경제성을 도모한 것이다. 원래
            이 인용문은 일념만년의 승묘경계가 오히려 바른 앎과 바른 봄을 가로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 문장에서 가져왔다. 인용 목적
            또한 그러한 상태에 빠지는 수행자들을 경고하는 데 있다. 그러니까 앞

            뒤가 끊어진 상태를 거듭하여 핍진하게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핵심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의해 생략이 이루어진 것으

            로 보인다. 또한 성철스님은 직접화법을 취하고 형상적 묘사를 생략하
            는 문장관을 갖고 있다. 그 형상적, 비유적 묘사가 지해 차원의 해석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①의 ‘쉬고 또 쉼(休去歇去)’과 ‘일념만년(一念萬年去)’에 자리바꿈이 일어

            나 그 선후 배치가 다르게 되었다. 의미의 차이는 없다. 대혜스님의 어
            록에서도 동일한 자리바꿈이 발견된다.

               ③의 ‘자기를 가려 바른 앎과 바른 봄이 현장에 드러나지 못하게 하
            고(障蔽自己, 自己正知見)’의 구절에 ‘자기自己’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결과

            적으로 ‘자기自己’가 중복되어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되었다. 번역문에
            는 ‘자심自心을 장폐障蔽함을 입어서 자기의 정지견正知見이 현전하지 못

            하며’로 되어 있다. ‘자심自心을 장폐障蔽함’으로 번역하려면 ‘장폐자기障
            蔽自己’가 ‘장폐자심障蔽自心’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장폐障蔽’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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