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7 - 정독 선문정로
P. 437
어떤 연속하는 실체도 부정된다.
우리 존재뿐이겠는가? 대상이 되는 세계 또한 연속성이 없어 앞과
뒤가 끊어져 있다. 나아가 6바라밀이 앞뒤가 끊어져 있고, 4성제가 앞
뒤가 끊어져 있으며, 4선8정, 4념처, 6신통, 무상정등각이 모두 앞뒤가
끊어져 있다. 250 요컨대 그 어느 것도 연속성을 갖는 실체가 아니다. 그
것을 체험하는 나라는 존재가 연속성을 갖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고,
만물이 연속성을 갖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실상을 한 몸으로 만나 거울처럼 비추고
도장처럼 찍는 일이다. 그래서 수행에 있어서 앞과 뒤의 끊어짐을 체험
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이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앞과 뒤의
끊어짐은 적멸寂滅이기도 하고 미묘微妙이기도 하다. 없다고 보자면 어
떤 것도 실체가 없고, 있다고 보자면 모든 것이 실체의 현현이다. 상황
이 이러하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잡아서 유지할 일이 없고
추구할 일이 없다. 쉬고 쉴 뿐이고, 한 생각이 만년으로 이어지는(一念萬
年) 내려놓음을 실천할 뿐이다. 여기에서 앞과 뒤가 끊어짐(前後際斷)은
단절의 측면을 드러낸 표현이고, 한 생각이 만년으로 이어짐(一念萬年)은
지속의 측면을 강조한 표현이다.
이 전후제단이나 일념만년은 그와 짝이 되는 여러 형상적 표현들을
갖는다. 번뇌의 불길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점에서 옛 사원의 향로처럼
(似古廟香爐去), 차갑게 식은 재나 마른 나무처럼(寒灰枯木去), 고요하고 냉
랭하게(冷湫湫地去) 되었다고 묘사한다. 무심이 청정하고 순수하다는 점
을 강조하는 차원에서는 티끌 없는 푸른 불꽃처럼(純清絕點去), 한 폭 흰
비단처럼(一條白練去) 되었다고 묘사한다. 실상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점
『
250 大般若波羅蜜多經』(T6, p.606b).
제9장 사중득활 · 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