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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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쉬고 또 쉬어 한 생각이 만년과 같고 앞과 뒤가 끊어졌구

               나. 지금 천하의 수행 현장에 이것을 얻은 자가 몇이나 되겠느냐? 그
               런데 진정극문은 이것을 승묘勝妙한 경계로 불렀었다.” 옛날에 보봉

               寶峰의 광도자廣道者라는 이가 바로 그런 사람으로서 온몸을 모두 망
               각하고 세간의 일을 전혀 돌보지 않았으며 세간의 잡다한 인연들이

               그의 눈을 흐리게 하지 못하였다. 비록 이와 같았지만 이 승묘勝妙한
               경계로 인해 도를 보는 눈이 가로막히고 말았다.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고 앞과 뒤가 끊어진 자리에 도달하면 바로 높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설]  오조법연스님의 회상에서 원오스님이 수좌를 맡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오조스님이 우연히 새로 나온 진정스님의 어록을 읽고 감탄
            하여 후원에서 버선을 빨고 있던 원오스님을 부른다. “내가 책을 한 권

            얻었는데 생각하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의 요체를 잘 말하고 있
            다. 그대가 한 번 보라.” 그런 뒤 승묘한 경계에 대한 구절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오조스님이 원오스님에게 한 말이고, 이것을 나중
            에 대혜스님이 인용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어역에 따옴표를 붙였다. 광

            도자에 대한 설법은 대혜스님이 대중들에게 한 설법이다. 보봉산 광도
            자는 진정스님의 제자로서 무심의 성취와 실천이 높아 당시 총림에서

            그를 광무심廣無心이라 불렀다. 광도자스님은 대혜스님의 그릇을 알아
            본 선지식이기도 하다. 대혜스님이 25세 때 그 거처에 운봉문열스님의

            법문을 좌우명으로 걸어놓고 있었는데 광도자스님이 그것을 보고 담당
            문준스님에게 “다른 평범한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남다른 인재(非碌碌

            餘子之比)”라 평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혜스님은 이후 그와 깊은 친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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