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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회理會’가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 외에 ‘상관하다’, ‘따지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
혜스님 어록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운거효순雲居曉舜 노장이 항상 천의의회天衣義懷선사가 갈등선을 한
다고 비판했다. 하루는 의회선사가 열반했다는 말을 듣고는 법좌에
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잘 됐다. 갈등의 말뚝이 무너졌구나.” 원통
법수圓通法秀스님이 그때 회상에서 유나를 하고 있었는데 매번 끝없
이 꾸짖고 욕하는 것을 보다가 도반에게 말하곤 하였다. “내가 이
노인네와 한바탕 따져 봐야겠네(我須與這老漢理會一上).” 저녁 법문에
또 전과 같이 꾸짖고 욕을 하므로 법수스님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원각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효순선사가 얼른 말
하였다. “대중 스님들! 오래 서 있느라 수고했네. 부디 건강하시게.”
그리고는 바로 방장실로 돌아갔다. 법수스님이 말했다. “이 노인네
는 몸 전체가 바른 안목이구만. 우리 의회스님 욕을 할 자격이 있
어.” 252
법수스님은 의회스님의 법제자였다. 효순선사가 자꾸 자기 스승의
욕을 하는 것을 듣다가 한 번 상대해 따져 보겠다(理會)고 덤볐는데, 갈
등의 두 기둥을 아예 세울 여지조차 주지 않는 철저함에 감복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선 이회理會가 ‘따지다’, ‘상관하다’의 뜻으로 쓰였다. 현
『
252 普覺宗杲禪師語錄』(X69, p.621c), “雲居舜老夫, 常譏天衣懷禪師說葛藤禪. 一日
聞懷遷化, 於法座上合掌云, 且喜葛藤樁子倒了也. 秀圓通, 時在會中作維那, 每
見訶罵不已, 乃謂同列曰, 我須與這老漢理會一上. 及夜參. 又如前訶罵, 秀出衆厲
聲曰, 豈不見圓覺經中道, 舜遽曰, 久立大衆, 伏惟珍重, 便歸方丈. 秀曰, 這老漢
通身是眼, 罵得懷和尙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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