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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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중국어에서는 이것이 이회理會의 대표 의미에 해당한다. 그래서 현대

             어역에서는 ‘온몸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로 번역했다.
                그 밖의 경우는 단순한 문장의 손질로서 의미상의 큰 변화는 없는

             것들이다. ①의 ‘지금(如今)’이 생략되었다. 법연스님은 한 생각이 만년으
             로 이어지고, 앞과 뒤가 끊어지는 무심의 체험이 당시의 수행 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높은 차원임을 말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시기를 특정
             하는 이 말을 생략함으로써 그것이 시대의 옛과 지금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②의 ‘얻을 득得’ 자가 생략되었다. 이것은 ‘~할 수 있다’는 부사어적

             용법으로 ‘도到’와 결합하여 ‘도달할 수 있다(得到)’는 뜻을 표현한다. 이
             것을 생략해도 도달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득得’ 자 때문에

             ‘그러한 차원을 얻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뜻을 명확히 드러내
             기 위해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③의 ‘반般’ 자가 추가되었다. 이것은 근칭 지시사 ‘저這’와 결합하여
             ‘이러한’이라는 뜻을 형성한다. 이 ‘저반這般’을 ‘저這’로 줄여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원문에서 일어난 생략을 다시 복원한 경우에 속한다.
                ④와 같이 ‘~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有箇)’라는 구어체 표현이 생략

             되었다. 어록은 선사들의 입말을 그대로 채록한 것이므로 구어체 표현
             이 자주 나타나는데, 문언문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이것을 생략한

             것이다. 뜻에는 차이가 없다.
                ⑥의 ‘모두, 전혀’의 의미를 표현하는 ‘도都’ 자가 생략되었다. 원문에

             서는 온몸을 모두(都) 망각하고, 세간사를 전혀(都) 모른다는 뜻을 표현
             하기 위해 ‘도都’를 두 번 사용하였는데 중복을 피해 생략한 것이다.

                ⑦의 ‘저這’ 자를 생략하였다. 이것은 근칭 지시사로서 ‘이’로 번역된
             다. 광도자스님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這) 승묘한 경계에 눈이 가려졌




                                                            제9장 사중득활 ·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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