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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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의 긴 문장이 생략되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안과 밖의 경계에 대

             한 일체의 인지 작용이 멈춘 무심을 묘사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이것은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무심경계의 묘사와 중복된다. 성철스님은

             중복되는 표현이 나오면 거의 예외 없이 생략한다. 말만 빠른 것이 아
             니라 문장도 빠르다. 이러한 문장관은 직절간명함을 추구하는 돈오선

             의 실천과 무관하지 않다.
                ③의 ‘바로 하기만 하면(纔有)’을 ‘도달하면(到)’으로 바꾸어 문어체화하

             였다. 이로 인해 문장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재유纔有’를 쓰면 이 경계
             가 현전하는 순간이 바로 집에 도착한 소식(卽是到家之消息也)이라는 뜻

             이 강해진다. 이에 비해 ‘도到’ 자를 쓰면 일정한 과정을 거쳐 여기에 도
             달한다는 뜻이 강조된다. 원래의 문장대로 하면 장벽과 같은 무심이 바

             로 고향집에 도착한 소식이라는 뜻이 된다. 성철스님은 장벽과 같은 무
             심과 무여의열반의 무심을 구분하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그 무심이 깨

             달음에 근접한 경계라 할 수는 있어도 깨달음 자체는 아니라는 점을 보
             여주기 위해 문장을 손질한 것이다.

                ④의 ‘자者’ 자를 ‘저這’ 자로 바꾸었다. 두 글자 모두 근칭 지시사의
             역할을 하므로 뜻의 변화는 없다. 다만 보편적으로 쓰이는 ‘저這’ 자로

             바꾸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이 점을 고려한 교정인 것으로 보인다.
                ⑤의 ‘~이다(是)’와 ⑥의 ‘~하는(之)’과 ⑦과 ⑧의 종결형 어조사 ‘야也’

             자가 생략되었다. 이 글자들을 생략하지 않으면 ‘고향집에 도달하리라
             는 소식이다’와 같이 문장이 완결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것은 ‘틀림없이

             구경의 자리에서 멀지 않다’는 뒷 구절과 내용상 동어 반복이 된다. 성
             철스님은 이것을 하나의 문장을 만들고자 ‘이다(是)’와 완결형 조사 ‘야

             也’를 생략한 것이다. 선가의 어록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문
             장의 아름다움은 물론 의미 전달의 정확성에 있어서도 허술한 점이 없




                                                            제9장 사중득활 ·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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