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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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은 성철스님에게서도 발견된다. 무엇보다도 숙면 중에 평소의 수행이

            통하지 않음을 문제로 삼고 새로 공부에 들어간 점, 화두에 철저했던
            공부, 무심의 강조, 동구불출 등의 여러 측면에서 성철스님의 모델이었

            음에 틀림없다.
               이 문장은 설암선사나 고봉스님이 오매일여의 대무심을 강조했다는

            점, 나아가 그것에서 되살아나는 소생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
            기 위해 인용되었다. 성철스님은 ‘목석같은 무심’을 제시하면서도 무심

            에 다양한 차원이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그 결론은 “미세한 망
            상이 남아 있는 제8아뢰야식의 무기무심이 아닌 진여의 참 무심”                        253 을

            성취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인용문의 앞부분인 달마스님의 무심에 대한 법문은 고봉스님의 법문

            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이다. 고봉스님의 이 법문 말미에 ‘담벼
            락과 다름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이 달마스님의 법문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인용문 ①의 ‘이때부터(從茲)’가 생략되었다. 번뇌망상과 혼침산란은

            분별을 토양으로 삼아 번성한다. 이에 비해 앞뒤가 끊어지는 무심에서
            는 번뇌망상과 혼침산란이 발아조차 할 수 없다. 무심은 좋은 의미에

            서의 황무지이다. 그런데 무심의 성취가 따로 있고, 번뇌망상의 소멸이
            따로 있지 않다. 무심의 성취가 바로 번뇌망상의 소멸이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생각하여 ‘이때부터(從茲)’를 생략한다. 무심의 성취와 번뇌의 소
            멸을 인과 관계가 아닌 병렬 관계로 배치하여 그것이 동시적 사건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253   퇴옹성철(2015),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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