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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망념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것을 견성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①과 같이 나와 사물이 모두 한결같다는 구절의 ‘개여皆如’
를 ‘일여一如’로 바꾸었다. 주체와 대상을 둘로 나누는 분별이 사라졌으
므로 나와 사물이 한결같이 같다고 표현한다. 이것을 물아일여物我一如
라 하고, 물아개여物我皆如라고도 한다. 의미상의 차이가 없지만 한결같
음을 강조하기 위해 ‘일여一如’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②의 ‘지知’ 자는 판본에 따라 ‘지智’ 자로 쓰이기도 한다. 『종경록』에는
‘지知’로 되어 있고, 『경덕전등록』 등에는 ‘지智’로 되어 있다. 통용되는 글
자이지만 아무래도 ‘지知’로 쓰면 ‘앎’, ‘지智’로 쓰면 ‘지혜’로 번역될 수밖
에 없다. 성철스님은 ‘만념萬念이 구적俱寂’한 대무심경계를 강조하기 위
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으므로 ‘지知’ 자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9-5】 ①老漢이 見圓悟老師[老和尙陞堂]의 擧②[僧問雲門, 如
何是諸佛出身處. 門曰, 東山水上行. 若是天寧卽不然, 如何是諸
佛出身處,] 薰風이 自南來하고 ③[殿閣生微涼, 向這裏,] 忽然前
後際斷하니 ④[譬]如一綟亂絲를 將刀一截截斷相似하여 ⑤[當時
通身汗出.] 雖然動相이 不生이나 却坐在淨裸裸處라 ⑥[得一日去
入室,] ⑦老師云[老和尙曰] 可惜다 ⑧[也不易爾到這箇田地,] ⑨
[爾]死了不能活이로다 不疑言句是爲大病이니 ⑩[不見道, 懸崖撒
手自肯承當,] 絕後再甦하야사 欺君不得이니라 ⑪[須信有這箇道
理. 老漢自言, 我只據如今得處, 已是快活, 更不能理會得也. 老
和尙却令我在擇木寮作不釐務, 侍者每日同士大夫, 須得三四
回.] ⑫每入室에 只舉有句無句如藤倚樹하고 纔開口하면 便道不
是라하다 ⑬[如是半年間, 只管參. 一日同諸官員在方丈藥石次,
我只把箸在手, 都忘了喫食. 老和尙曰, 這漢參得黃楊木禪, 却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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