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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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고 하였다. 일일一日에 노사老師가 수도등고樹倒藤枯한 때에

               상수래야相隨來也라고 거량擧揚하니 노한老漢이 문득 확철廓徹하여 이
               회理會하였다. 그리하여 제가 이회理會하였다고 하니, 노사老師가 말

               하기를 “다만 네가 공안을 투과透過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고 하며,
               드디어 일락삭一絡索의 난해한 효와공안誵訛公案을 연거連擧하였다.

               내가 삼전양전三轉兩轉하여 절단截斷하되 태평무사시太平無事時에 대로
               大路를 얻어 문득 행진行進함과 같아서 다시 체애滯礙함이 없으니, 바

               야흐로 내가 그대를 기만欺瞞 못한다 함을 알았다.



               현대어역  이 늙은이가 원오 스승님이[노스님이 법당에 올라] 공안을 예로
               드는 것을 들었다. [어떤 중이 운문스님에게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

               이 몸을 드러내는 곳입니까?” 하고 묻자, 운문스님은 “동쪽 산이 물
               위를 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만약 나 원오였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이 몸을 드러내는 곳인가 하고
               묻는다면] “훈풍은 남쪽에서 불어오고,” [“전각이 한결 시원해졌다

               고 하리라.” 이것을 듣고] 그 순간 앞과 뒤가 끊어져 마치 한 다발 얽
               힌 실타래를 칼을 가지고 단번에 잘라서 끊어내는 것과 같았다. [그

               때 온몸에서 땀이 솟아났다.] 그런데 모양에 따른 동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도리어 깨끗할 뿐인 자리에 머물게 되었다. [하루는 스승의

               방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스승님이 말씀하셨다.[노스님이 말씀하
               셨다.] “애석하다. [네가 이러한 차원에 도달한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만, 너는] 죽어 버린 뒤 되살아나지 못하였구나. 화두를 의심하지 않
               는 것이 큰 병이니 [이런 말도 있지 않느냐, 까마득한 절벽에서 손을

               놓기를 스스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생명이 끊어진 뒤 다시 소생하게
               될 것이니 그때 그대를 속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도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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