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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는 데 있다. 오매일여에 이른 자재위보살과 10지보살은 어떻게 되
살아나는가? 여기에서는 재발심하여 화두참구에 들어가는 길을 제시
한다. 이에 대해 성철스님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교가에서는 오매일여 숙면일여가 된 자재위에 들어가면 굳이 애쓰
지 않아도 성불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많은 시일을 요할 뿐 아
니라 10지보살도 잘못하면 외도에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종문에
서는 이를 인정치 않고 10지와 등각마저 봉사나 잠을 덜 깬 이로
취급해 눈을 뜨고 잠을 깨는 방법으로 공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255
이를 밝히기 위해 대혜스님이 원오스님의 회상에서 체험한 두 번의
깨달음에 대한 회고담을 인용한 것이다. 원문과 비교하여 살펴볼 부분
은 다음과 같다.
①의 ‘이 늙은이가 원오 스승님이 ~을 예로 들어 얘기하시는 것을
보고(老漢이 見圓悟老師)’의 구절은 성철스님이 새로 구성한 것이다. 대혜
스님은 이런저런 부분적 깨달음을 체험했지만 여전히 앞과 뒤가 끊어지
는 체험을 얻지 못한다. 그러다가 천녕사에서 원오스님의 설법을 듣게
된다. 한 중이 운문스님에게 ‘어떠한 것이 부처님이 몸을 나타내는 곳’인
지를 질문했을 때 운문스님은 “동쪽 산이 물 위를 간다.”라고 대답했지
만 자기는 다르게 대답하겠다는 것이었다. 바로 “훈풍은 남쪽에서 불어
오고, 전각이 한결 시원해졌다.”라는 답변이었다.
원래 이 구절은 당나라의 명필 유공권柳公權이 당문종唐文宗과 작시
유희를 하는 중에 내놓아 천하의 칭송을 얻은 시구이다. 황제가 “사람
255 퇴옹성철(2015), p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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