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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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언문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⑧의 ‘네가 이러한 차원에 도달한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也不易爾到這
             箇田地)’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이것은 대혜스님이 앞과 뒤가 끊어진 자

             리에 도달한 일을 대견하다고 평가해 주는 말이다. 그런데 원오스님은
             바로 뒤이어 “애석하다.”라고 말한다. 죽음과 같은 무심에서 다시 살아

             나야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데 이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
             쉬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원오스님의 발언 핵심은 이 ‘애석하다’에 있

             다. 그런데 ⑧의 문장을 함께 담으면 칭찬과 비판이 함께 담기는 양가
             적 문장이 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흐릴 수 있으므로 이 구절을

             생략한 것이다.
                ⑨의 ‘그대(爾)’를 생략하였다. 죽었다가 살아나지 못하는 대혜스님의

             개인적 상황을 보편적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이다.
                ⑩의 ‘이런 말도 있지 않느냐, 까마득한 절벽에서 손을 놓기를 스스

             로 스스로 기꺼이 받아들여야(不見道, 懸崖撒手自肯承當)’라는 구절이 생략
             되었다. 이것은 바로 뒤의 ‘완전히 끊어진 뒤라야 되살아날 수 있다(絶後

             再甦)’는 구절과 같은 뜻이다. 아마 그 형상적 묘사가 마음에 걸렸을 것
             이다. 성철스님은 구체적 묘사, 형상적 묘사가 설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형상적인 묘사가 나오면 거의 대부
             분 이를 생략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핵심만을 밝히는 문장만 제시하는

             것은 빠름을 추구하는 성철스님 법문의 특징이다.
                ⑪에 생략된 긴 문단은 무심의 경계에 안주하는 대혜스님을 시자실

             에 배치하여 접객하는 일을 맡겼다는 사연을 담고 있다. 이는 공부의
             인연을 이어가도록 하려는 스승의 배려였다. 성철스님은 이를 논거로

             하여 무상정의 불완전한 무심에서 멸진정의 크게 죽는 자리로 들어가
             야 하고, 거기에서 새로 되살아나야 하는 도리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제9장 사중득활 ·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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