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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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것이 어록체 문건이므로 그 현장에서 오갔던 말을 직접화법으로
기록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직접화법의 구어투를 정리하여 간결한 서
술문으로 바꾸었다. 구어투의 중언부언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
련하여 원택스님은 『본지풍광』 제1칙인 ‘덕산탁발화’ 녹취록을 올렸다가
몇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는 회고를 한 바 있다. 노스님이 구어투를 맘
에 들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56 는 것이다.
⑯에 생략된 ‘저著’ 자는 구어체에서 동사 ‘간看’과 결합하여 진행형
의미를 형성하는 보어이다. 이를 생략함으로써 구어체의 흔적을 지웠
다. 한글이나 한문이나 구어체보다는 문어체를 선호하는 성철스님의
입장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⑰에는 원오스님의 비유가 생략되었다. 원오스님은 대혜스님의 상황
을 ‘금강의 올가미(金剛圈)’와 ‘목에 걸린 밤송이(栗棘蓬)’에 비유한다. 긍정
적 평가가 담긴 비유이다. 성철스님은 이 비유들이 모두 화두일념을 표
현하는 것이므로 여러 가지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리하여 기름솥을 떠나지 못하는 개의 비유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생략하였다. 독자의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언어 전략이다.
⑱은 ⑲의 긴 문장을 요약하여 성철스님이 새로 구성한 문장이다.
당시 대혜스님은 스승의 지도를 받아 ‘있음과 없음의 말들은 마치 등넝
쿨이 나무에 의지하는 것과 같다(有句無句如藤倚樹)’는 공안을 참구하고
있었다. 마침 어떤 수행자가 원오스님에게 이 공안에 대해 법연스님은
어떻게 답변했는지 묻는다. 이에 원오스님이 머뭇대자 대혜스님이 다시
물어 그 대답을 얻어낸다. 성철스님은 이 상황 묘사를 전부 생략해 버
『
256 백일법문』(상), 장경각, 1992, pp.8-9.
제9장 사중득활 ·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