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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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었지만 내 심중의 일을 건드려 주는 말이 전혀 없었다.] 경전이

               나 어록에도 나의 병통을 풀어주는 말이 [역시 한마디도] 없었다. [이
               와 같이] 가슴에 걸린 것이 10년이 되었다. 하루는 [천목산天目山의

               불전 앞을 지나가다가 눈길을 드는데] 오래된 측백나무가 [한 그루]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성찰이 일어나 이제까지

               얻었던 모든 경계가 [떨어져 나가고, 가슴에 막혔던 것들이] 산산조
               각 흩어져 버렸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밝은 태양 아래로 나온 것과

               같아 [이때부터 태어남과 죽음에 대한 의혹이 없어지고, 부처와 조사
               에 대한 의심이 사라져] 비로소 경산徑山의 노장님이 서 있는 자리를

               증득하였다.[볼 수 있었다.] 30대의 주장자를 선물해야 딱이었다.



            [해설]  설암스님이 자신의 공부 이력을 회고하는 장면이다. 선수행이
            익어 가면서 설암스님은 몇 단계의 진전을 체험한다. 첫째는 좌선할 때

            에는 무심의 경계가 현전하다가 일상 활동으로 돌아오면 그것이 사라지
            는 시기였다. 이때 그는 혼침과 산란을 병통으로 여기고 이를 해결하고

            자 하였다. 당시 스님은 지객료의 서기에게 그것이 고인물(死水)과 같다
            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천목산 무준스님의 회상으로 들어가 새로운 마

            음으로 수행에 임한다. 그곳에서 혼침과 산란의 병통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쇠말뚝(鐵橛子)으로 불리던 수修상좌에게 조언을 받는다.

            그 결과 맹렬하게 공부하되 온몸의 골절과 모공까지 화두 하나에 모아
            들여 마침내 은산철벽과 같은 선정을 성취하게 된다. 이때 움직이거나

            앉거나 여전한(行也如是, 坐也如是) 동정일여를 성취하게 된다.
               둘째는 이 동정일여를 성취로 여기고 흡족해하던 시기로서 수修상

            좌의 지적을 받아 다시 화두를 들어 혼침과 산란을 극복하게 된다. 이
            때 스님은 온몸으로 화두를 들되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是甚麼道理)’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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