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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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간절한 의심을 일으켜 바로 선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눈앞이
환하게 열리며 삼라만상은 물론 번뇌망상과 혼침산란조차 진여자성에
서 흘러나온 진리의 현장임을 확인한다. 움직이는 모양의 장애가 사라
진 자리였다. 당시 스님을 친근하게 이끌어주던 수상좌가 이것을 축하
한 것을 보면 수상좌가 도달한 자리도 여기였다. 스님은 여기에 머물러
버린다. 고요함의 장애(靜相)에 빠진 것이다.
셋째는 인용문과 같이 잠이 들면 상대되는 두 기둥이 세워져 분별에
떨어지는 상황을 해결한 단계이다. 당시 스님은 깨어 있을 때와 잠이
들었을 때가 서로 다른 병통에 빠져 있었다. 이에 그 해결을 위해 10년
을 공부하다가 법당 앞 늙은 측백나무를 보고 문득 깨닫게 된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설암스님의 경우를 수행의 모델로 제시하고자 한
다. 무엇보다도 몽중일여의 수승한 경계에서 그것이 병통인 줄 알고 진
정한 오매일여에 도달하기 위해 간절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높이
찬양한다.
원래 설암스님의 이 오도인연담은 『설암조흠선사어록』, 『불조강목』,
『종범』, 『선관책진』 등에 보이는데, 내용은 동일하지만 문장의 출입이
많다. 인용문은 설암선사의 어록에서 가져온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
지만 성철스님이 구성한 인용문과 가장 비슷한 문장은 『선관책진』에서
찾아진다. 여기에서 생략된 글자들은 대체적으로 그것이 없어도 뜻이
통하는 문법적 기능을 갖는 용어들이지만 비교적 긴 구절의 생략에 대
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관책진』을 기준으로 볼 때 ①과 같이 ‘애석하게도 큰 수단과 큰 안
목을 갖춘 고승들을 만나지 못했다(可惜不遇大手眼尊宿)’는 구절이 생략되
었다. 『설암조흠선사어록』에는 “애석하게도 큰 안목과 큰 수단을 갖춘
고승을 만나 지적을 받지 못했다. (可惜許, 不遇具大眼目, 大手段尊宿, 爲我打
제9장 사중득활 · 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