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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무준선사의 회상에서 여러 해 소참법문이나 대중설법이 있었지만
내 심중의 일을 건드려 주는 말이 전혀 없었다’는 내용이다. 말로 설명
할 수 있는 공안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는 것은 의식이 작동하는 차원
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말의 길, 생각의 길이 끊어
진 공안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했는데, 이는 제8식을 넘어서 의식을
벗어난 차원에서는 막막할 뿐이었다는 뜻이다.
여러 판본에 나타난 해당 구절을 보면 설암스님은 자신의 이러한 병
통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 고민의 내용은 오매일여를 직접 체험할
수 없었다는 점에 있다. 『신심명』에서 “잠을 자지 않으면 모든 꿈이 저
절로 사라지고, 마음이 분별하지 않으면 만법이 한가지로 같다.”라고 했
다. 그런데 스스로 확인해 보면 이것을 바로 깨닫지 못했음이 분명한
상황 260 이었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생략하였다. 이것들이 모두 ‘경전이
나 어록에도 나의 병통을 풀어주는 말이 없었다’는 한 구절로 묶을 수
있는 내용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구어체보다 문어체를, 구체적 표현보
다 요약적 표현을, 형상적 묘사보다 논리적 기술을 중시했던 성철스님
의 단도직입적 문장관이 확인된다.
⑤의 ‘상上’ 자는 없어도 좋은 접미사이므로 생략하였고, ⑥에서는 ‘역
시 한마디도 없었다(亦無一語)’는 말을 ‘없었다(無)’로 줄여서 표현하였으
며, ⑦에서는 앞의 상황을 받는 ‘이와 같이(如是)’를 생략하였다. 의미상
의 변화는 없으며 모두 문장을 간략히 축약하기 위한 조치이다.
⑧의 ‘천목산의 불전 앞을 지나가다가 눈길을 드는데(在天目佛殿上行,
擡眼)’가 생략되었다. 스님이 잠잘 때와 깨어 있을 때가 다른 이러한 병
『
260 雪巖祖欽禪師語錄』(X70, p.607b), “古人有寤寐一如之語, 又却透不得, 眼若不
睡, 諸夢自除, 心若不異, 萬法一如之說, 又都錯會了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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