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정독 선문정로
P. 47
[해설] 분주무업스님과 운문스님의 법어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동일
한 내용인데 운문스님의 법어는 분주스님의 것에 비해 간략하다.
10지성인은 설법이 구름이 뒤덮듯 비가 쏟아지는 듯해도 오히려 부
처님의 견책을 받는다. 본성을 보는 일이 얇은 비단천에 가린 것 같
아서이다. 15
분주스님은 마조스님의 법을 이었고 운문스님은 운문종의 종조로서
선문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그만큼 발언의 진실성이 검증되어 있다
는 뜻이다. 위의 분주스님의 법어에서는 10지성인이 평범한 범부보다
못하다는 설을 반박한다. 10지보살의 설법은 부처와 다를 바 없지만
그 평소의 행동은 평범한 범부보다 못하다는 설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
렇다면 정말로 10지보살이 범부보다 못하다는 뜻일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다만 10지의 보살이라 해도 아직 부처에 대한 지향이 남아 있고
인과를 분별하는 견해가 남아 있다. 또 약간의 지해를 얻어 그것을 영
원한 깨달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분주스님은 이렇게 말
한다.
이치를 깨달은 사람에게 얼마간의 지해知解가 있다 해도 그것은 깨
달음의 이치로 들어가는 입구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것
으로 세간의 명리를 영원히 벗어났다고 말한다면 산수를 유람하면
서 그 원류를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번뇌가 끝나지 않
고 이치를 분명히 하지 못한 채 성취한 일 없이 헛되이 세월만 보내
『
15 雲門匡眞禪師廣錄』(T47, p.545c), “十地聖人, 說法如雲如雨, 猶被呵責, 見性如
隔羅縠.”
제1장 견성즉불 ·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