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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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自此로 안방정국安邦定國하여서 일념무위一念無爲하여 천하가 태평
하다.
현대어역 설암스님이 물으셨다. “낮에 활발할 때 [여전히] 주인공으
로 있는가?” 내가 대답하였다. “주인공으로 있습니다.” [또 물으셨다.]
“잠에 들어 꿈을 꿀 때에도 주인공으로 있는가?” [내가 대답하였다.]
“주인공으로 있습니다.” 또 질문하셨다. “완전히 잠이 들었을 때 [그
렇게 꿈도 없고, 생각도 없고, 봄도 없고, 들음도 없을 때]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가?” 이에 [여기에 이르니 오로지]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고, 펼칠 수 있는 이치가 없었다. [스님께서 당부하여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부처니 진리니 하는 것들을 공부하지 말고, 옛날이니 지금
이니 궁리하지 말아라. 그저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
고, 잠에서 깨면 정신을 바짝 차려 단 한 가지, 주인공은 결국 어디
에 있는지, 몸 붙이고 뜻 기탁할 곳은 어디인가를 알아차리도록 해
라.” 비록 그 말씀을 믿고 따르기는 했지만 자질이 둔하여 아무리 보
아도 밝아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용수산龍鬚山에 가서 스스로 맹세
하였다. ‘일생을 부여잡고 멍청한 바보로 사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만
은 분명하게 보고 말겠다.’] 5년 이후[5년이 지나고] [하루는 암자에서
잠자리에 들어 이 일을 참구하고 있는데 문득 함께 자던 도반의 퇴
침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문득 의문 덩어리가 깨졌다. [마치 그물
에서 풀려난 것 같았다. 예전에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내려준 어려운
공안들이나 옛날과 오늘날의 다양한 인연들이 마치 사주泗州에서 대
성인을 뵙듯, 먼 길을 떠났던 나그네가 고향에 돌아온 듯하였다. 원
래 알던 그때의 사람들이고, 변함없이 그때 다니던 곳이었다.] 이로
부터 지역이 안정되고 국가가 평정되어 천하가 태평해져 한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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