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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책진』에서는 『고봉어록』의 ‘주재심마처主在甚
麼處’를 ‘주재하처主在何處’로, ‘도자리到遮裏’를 어차於此로 바꾸는 등, 구
어체가 문어체로 바뀌어 있다. 성철스님은 『선관책진』의 이 문어체 문장
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번호로 표시한 것처럼 인용문과 번역에 상당
한 손질이 가해졌다. 주로 문법 용어나 중복되는 글자, 반복적 표현에
해당하는 글자들이 생략되었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꾼 부분도 발견
된다.
구체적으로 ①에서는 ‘또한, 역시(還)’의 뜻을 갖는 구어체의 부사어
가 생략되었다. 뜻의 변화는 없다.
②에서는 ‘말하기를(云)’이 생략되었다. 앞의 ‘대답하다(答)’와 의미가
중복되어 없어도 좋은 글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③에서는 ‘주인 노릇 할
수 있다(作得主)’는 구어체 표현에서 ‘주主’ 자를 생략하여 문어체로 바꾸
었다. ④의 ‘또 묻기를(又問)’과 ⑤의 ‘대답하여 말하기를(答云)’과 같이 문
답문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를 생략되었다. ⑥에서는 ‘주인 노릇
할 수 있다(作得主)’의 가능보어를 만드는 조사 ‘득得’ 자를 생략하여 문
언문으로 바꾸었다. ③의 경우와 같다.
⑦의 ‘시時’ 자가 생략되었다. 번역문을 보면 ‘정正히 숙면할 때에는’으
로 ‘시時’ 자가 적용되어 있으므로 탈자에 해당한다. 교정해야 한다.
⑧의 ‘꿈도 없고, 생각도 없고, 봄도 없고, 들음도 없을 때(無夢無想, 無
見無聞)’를 생략하였다. 이미 ‘잠이 들어 꿈을 꿀 때(睡夢中)’와 구별되는
‘완전히 잠이 들었을 때(正睡著時)’라는 상황이 제시되었으므로 중복을
피해 생략한 것이다. 또 이 내용은 바로 앞, 설암스님의 오도인연을 밝
히는 인용문에서 이미 나온 내용이다. 이에 대한 고려도 생략의 한 원
인이 된다.
⑨에서는 ‘무엇’이라는 뜻의 구어체 ‘심마甚麼’를 문어체 ‘하何’로 바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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