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0 - 정독 선문정로
P. 480
져 있다. 이 시기 고봉스님은 의식이 작동하는 차원에서 법을 이해하고
있었다. 스님이 점검했다는 과거의 공안들도 대부분 의미를 통한 접근
이 가능한 화두들이었다. 이에 비해 의식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차원
이나 의미가 통하지 않는 화두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의식이 박살나는 체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화두참구에 들어간다.
이에 비해 성철스님의 ‘일여하다’는 번역은 ‘화두가 변함없이 성성하
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성철스님은 화두의 성성함이 의식과 무의식의 차
원을 관통한다고 본다. 이래저래 성철선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 오매 간
에 화두가 일여하게 성성해야 한다는 오매일여의 설법은 핵심 중의 핵
심이다.
【9-8】 大死底人은 都無佛法道理하니 玄妙得失과 是非長短을
到這裏하야는 只恁麼休去니라 古人이 謂之平地上死人①[無數]이
니 ②[過得荊棘林是好手, 也]須是透過那邊하야사 始得이요 ③[雖
然如是, 如今人到這般田地, 早是難得.] 或④[若]有依倚⑤[有]解
會하면 ⑥[則]沒交涉이니라 喆和尙이 ⑦云[謂之]見不淨潔이라하며
五祖先師謂之命根不斷이니 須是大死一番하야 却活하야사 始得다
선문정로 대사大死한 사람은 불법도리佛法道理가 전연 없어서, 현묘득
실玄妙得失과 시비장단是非長短을 저리這裏에서는 다만 이렇게 휴헐休
歇한다. 고인古人은 이를 평지상平地上의 사인死人이라 하니 반드시 나
변那邊에 투과透過하여야 되며, 만약에 의의依倚와 해회解會가 있으면
절대로 불가하다. 철화상喆和尙은 견지見地가 정결淨潔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오조선사五祖禪師는 명근命根이 단절되지 못하였다고 말하였
480 · 정독精讀 선문정로